행복한 사람은 깨끗한 옷을 입고
슬픈 사람은 때 탄 옷을 입고
가난한 사람은 옷이 해지고
부유한 사람은 옷을 버리고
뭣 모르고 태어난 사람은 그 옷을 주워 입고
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말을 뱉고
평범한 사람은 그저 일상을 살고

못난 사람은 신세 한탄만 하고
다른 사람은 다른 행동을 하고

조금 더 다른 사람은 돌을 맞고

너무 다른 사람은 모퉁이에서 애를 쓰고
심심한 사람은 텔레비전을 보고

그 텔레비전에서는 별거 없이 날이 새고
거짓부렁이들은 사기 행각을 벌이다 뉴스에 잡히고
그 뉴스에 출연한 자들은 더 위험한 사건을 야기하고
이웃 나라에서는 전쟁을 준비하고

목숨을 걸고 그 전쟁통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고
그 피에 희열된 사람이 있고

그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사람이 있고

그 웃음에 세상 하직한 사람이 있고

총을 겨누고 하루를 피같이 사는 사람이 있고

저만 살겠다고 총을 팔아 치운 사람이 있고

피 같이 아끼는 자식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고
사랑한다는 말도 못 하는 인색한 자식 새끼들이 있고
세상만사 불 보듯 불구경하는 사람이 있고

만사삼사 귀찮아서 그 하루에 없는 사람이 있고
생각만 하다 늙어버린 사람이 있고

보고만 있다 진 하루가 있고

다시 못 볼 내일이 있고

다시 오지 않을 우리가 있고

살고 싶은 사람
삶의 무게에 깔려 죽은 사람
심장이 없는 사람
심장이 달아오른 사람
꿈을 꾸는 사람
그 꿈을 꾸짖는 사람

등을 떠미는 사람
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

비에 젖은 사람
그 비를 매시랍게 피한 사람

눈에 넣어도 안 아픈 모모
나보다 짧은 생을 살다 갈 모모
피를 쪽쪽 빨아먹는 사랑
거머리만도 못한 사랑

붙어 있으면 속이 타고
떼고 나면 피가 나고

그 개 같은 운명에서 해를 보는 사람

남 탓할 수 없는 선택에 백기를 든 사람

우울한 편지를 쓴 사람
그 편지를 읽다 잠이 든 사람

집이 없는 사람
나라 없는 사람

내가 없는 사람
사람 없는 사람

속이 터진 사람
속을 여미는 사람

속없이 침 흘리며 자는 사람
자다 일어나 글을 쓰는 사람
그 글을 뜯어고치다 휴지통에 넣은 사람
그 미련을 태우지 못하고 쟁여둔 사람

아침 일찍 우물가를 찾은 사람
물 한 모금 축이고 하루를 시작한 사람
가야 하는 충동을 느낀 사람
무심코 가 버린 사람
남아 있는 사람
없는 사람의 숨까지 쉬는 사람
밥을 짓는 사람
밥을 차려 먹고 구덕구덕 사는 사람

사람은 다 사람이라는 법