탁해지는 채도 눈을 질끈 감은 채로
다 타고 까만 재뿐인 성냥개비
어설픈 결과물 어중간한 위치
그마저 차갑게 뒤돌아 손 흔들며 떠나겠지
목적의 부재 그 결여됨이 나와 함께
가라앉아 텅 빈 공간에 오늘도 나 혼자
곧게 뻗었으리라 믿었던 대쪽같던
신념과 자존감은 언제부터인가 두 동강
일이 돼버린 지금 갈피를 못 잡아 신음
무기력함에 아파 칼바람 뺨에 스치듯
이미 털고 떠나버린 동료들의 선택
문득 정답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 괴롭게 해
달린 거리만큼 지쳐 잠시 쉬고 싶은 걸까
명분이 필요해 쉬고 싶어 지쳐 있는 걸까
이런 내 한숨마저 가사가 됐으니
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은 괜찮아지겠지
나는 전부 타버리고 남은 잴까
전부 타버리면 나는 뭐가 될까
그냥 없어지고 사라져서 매일 밤
이게 끝나버림 그땐 만족하게 될까?
번아웃 다 태워내도
다시 번아웃이길 바라는 걸까
번아웃 다 태워내면
솔직하게 내가 그냥 쉬고 싶은 걸까
두 손 데일만큼 뜨거웠던 무언가는
시간 지나 부스러지기 직전의 차가운 연탄재
일종의 매몰비용일까 청개구리처럼
놓지 못해 힙합이란 음악에 걸맞게
흐리멍텅한 한나절 일과에 치여
발화점에 크게 못 미치는 의욕은 먼발치에
그래도 시작처럼 끝매듭의 시점 역시
내가 선택할 일 다 두고서 떠날 때
왜인지 묻는다면 조용히 입 닫지
내가 무너질 것 같아 부정당한 시간들이
그 초라해지는 게 무서워 더 깊이
웅크려 기다리지 다 타고서 꺼지길
번아웃, 동굴 안에 숨어서 문 닫으면
고요해지잖아 날 찾지 않아 아무도
그게 편한 탓에 번아웃이려 노력 중
딱 지금이 좋아 난 무대 밖의 조연출
나는 전부 타버리고 남은 잴까
전부 타버리면 나는 뭐가 될까
그냥 없어지고 사라져서 매일 밤
이게 끝나버림 그땐 만족하게 될까?
번아웃 다 태워내도
다시 번아웃이길 바라는 걸까
번아웃 다 태워내면
솔직하게 내가 그냥 쉬고 싶은 걸까